[재미탈탈 고사성어] '불편부당'에 담긴 공감과 온기의 미학

서문성 기자

등록 2026-09-07 08:01

우리가 잘 못 쓰고있는 사자성어 불편부당(不偏不黨)

원래 참 뜻을 알아보자.


어느 지자체 홈페이지나 성명서에서 "불편부당한 대우나 불친절한 사례를 신고해 달라"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다. 


불편(不便)하고 부당(不當)하다'라는 어감 탓에, 마땅히 개선해야 할 억울한 일로 잘못 쓰인 대표적 오용 사례다.  

하지만 한자어 불편부당(不偏不黨)의 진짜 의미는 전혀 다르다. 치우치지 않고(不偏) 무리 짓지 않는다(不黨)는 뜻으로, 특정 편에 쏠리지 않는 극진한 공정함을 이르는 말이다. 


공정함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이 단어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타인의 마음을 깊이 이해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누군가 슬퍼하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저며오고, 누군가 다치는 장면을 보면 얼결에 내 몸도 움찔하게 된다. 타인의 아픔을 제 것처럼 느끼고 그 입장에 서보는 능력, 우리는 이것을 타고났다.



우리가 타인에게 공감하며 스스로를 비워낼 때 비로소 세상은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이 고귀한 태도가 단순한 철학적 이상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은 뇌과학이 증명해냈다.



1990년대 초, 이탈리아 신경과학자 자코모 리촐라티 교수는 원숭이 실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원숭이가 직접 손을 움직일 때뿐만 아니라, 다른 원숭이의 움직임을 관찰하기만 할 때도 동일한 뇌세포가 활성화된 것이다.



이어진 인간 대상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사랑하는 배우자의 손등에 바늘이 닿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관찰자의 뇌 속 고통 담당 부위가 켜졌다.


타인의 고통을 내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이 '거울뉴런(Mirror Neuron)'의 존재는, 인간이 서로 연결되어 살아가도록 태어났음을 보여준다.



결국 공감의 능력, 그리고 그 공감을 바탕으로 편을 가르지 않고 바르게 보려는 마음이 '불편부당'의 참뜻이다.


 "나는 중립이다"라는 차가운 선언을 넘어,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마음을 판단의 중심에 두는 온기 어린 일이다. 타인에 대한 깊은 이해가 결여된 공정함은 차가운 기계적 평등에 불과하며, 공정함이 빠진 정의 역시 사상누각일 뿐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날 선 언어와 편 가르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누군가를 바라볼 때, 타인을 평가할 때, 그리고 말 한마디를 건넬 때 내 안에 잠자고 있는 거울뉴런을 깨워보는 것은 어떨까. 


단순히 '불편하고 부당함'에 분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타인의 고통을 느끼는 '불편부당한 태도'로 세상을 마주할 때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더 따뜻하고 공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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