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탈탈 고사성어] 견토지쟁(犬兎之爭)의 교훈

서문성 기자

등록 2026-09-10 16:54

싸우는 자는 지치고, 웃는 자는 따로 있다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와 위나라가 서로의 칼끝을 겨누며 대치하던 때가 있었다. 제나라 선왕이 위나라를 침공하려 하자, 신하 순우곤은 한 가지 비유를 들어 간언을 올렸다.


사나운 사냥개 ‘한자루(韓子盧)’와 재빠른 토끼 ‘동곽준(東郭逡)’의 이야기였다. 개는 토끼를 잡으려 악을 쓰고 쫓았고, 토끼는 살기 위해 온힘을 다해 도망쳤다. 


험준한 산을 오르내리며 둘은 지칠 대로 지쳐 마침내 함께 쓰러져 죽었고, 마침 그곳을 지나던 농부가 힘들이지 않고 개와 토끼를 모두 손에 넣었다.


순우곤은 제나라와 위나라의 소모전이 이와 다르지 않음을 경고했다. 오랫동안 싸우며 백성과 군사들이 지쳐가는 틈을 타, 진나라나 초나라 같은 제3국이 농부처럼 어부지리의 이득을 챙길 수 있다는 뜻이었다. 


경고의 의미를 깨달은 선왕은 마침내 공격 계획을 거두고 부국강병에 집중했다고 전해진다.


고대의 이 고사는 현대 사회에서도 시공간을 초월해 생생하게 반복된다.


몇 해 전, 국내 두 대형 IT 기업이 유사 서비스를 두고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벌인 적이 있다.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어 마케팅 경쟁을 벌였고, 상대방을 헐뜯는 비방전도 마지않았다. 


언론은 이를 부추기며 판을 키웠으나, 결국 남은 것은 양측의 막대한 손실과 소비자의 피로감뿐이었다. 그 혼란스러운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것은 해외의 한 기술 기업이었다. 


이들은 별다른 출혈 경쟁 없이 조용히 국내 시장에 진입해 최대 사용자를 확보하고 핵심 특허까지 선점해 버렸다.


이러한 양상은 거대 기업의 각축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 간의 일상적 갈등 속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오해와 고집으로 서로의 진을 빼는 동안, 상황을 교묘히 이용해 실리를 챙기는 제3자는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싸움의 당사자들은 깊은 상처와 피로만 안게 되고, 한 발 물러서 있던 이가 웃음을 짓는 결말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결국 '견토지쟁'은 단순한 옛이야기가 아니라 인간관계와 경제, 국제 정세를 관통하는 냉엄한 현실의 진리다.


우리가 당장의 승리에 집착해 벌이는 싸움은 종종 애초에 시작하지 말았어야 할 소모전에 불과할 때가 많다. 감정과 욕심에 눈이 멀어 소중한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진정으로 지혜로운 사람은 무모한 싸움에서 이기는 법을 찾는 이가 아니라, 싸움 자체가 필요 없는 길을 택하는 이다. 누가 최후에 진짜로 웃는지를 아는 자는, 끝까지 목소리를 높여 싸우지 않아도 가장 많은 것을 얻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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