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마천
구우일모 (九牛一毛)’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홉 마리 소 가운데서 뽑힌 단 하나의 털. 아주 사소하고, 하찮은 것을 비유할 때 쓰이죠. 그런데 이 짧은 말 안에, 어쩌면 한 사람의 인생이, 나아가 역사의 무게까지 담겨 있을지도 모릅니다.
중국 한나라 때의 황제, 한무제는 북방에서 끊임없이 침입하던 흉노족을 토벌하려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그리고 장수 이릉 (李陵)에게 흉노 정벌을 맡기게 되죠. 하지만 이릉은 불운하게도 전투에 패배하고 포로로 잡히고 말았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한무제는 대노합니다. 장수가 잡힌 것도 모자라, 그 가족들까지 모두 참형에 처하라고 명하죠. 나라를 위한 전쟁이었는데, 패배했다고 해서 그 대가가 가족의 목숨이라니요.
그때, #사마천 이라는 인물이 홀로 이릉을 변호하고 나섭니다.
“이릉은 충직하고 효심 깊은 사람입니다. 지금까지의 공이 적지 않습니다. 살아 있는 것도, 분명 한나라에 보답할 날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마천의 진심 어린 호소였지만, 무제는 반역자를 두둔한다며 그를 ‘무망죄(誣罔罪)’로 다스립니다. 임금을 속였다는 죄, 결국 사마천에게는 극형이 내려지죠.
그가 선택할 수 있었던 길은 단 셋뿐이었습니다.
하나는 죽음을 택하는 길. 허리를 잘리는 형벌을 받고 생을 마감하는 것.
다른 하나는 50만 전이라는 거액을 바치고 풀려나는 것.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궁형 (宮刑), 거세를 당하고 치욕 속에서 살아남는 것이었습니다.
돈이 없던 사마천은 마지막 선택, 궁형을 택합니다.
세상의 조롱과 멸시 속에서 살아남기로 한 것이죠.
그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사마천, 통사(通史)를 기록해 바른 역사를 후세에 전하라.”
아버지 #사마담 의 마지막 유언이 그를 죽음이 아닌, 기록으로 향하게 만든 겁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치욕과 고통을 견디며 #사기 (史記)를 집필합니다.
무려 526,500자에 이르는 방대한 기록.
왕과 제후의 역사, 영웅들의 생애, 민초들의 삶을 아우른 그 책은, 지금까지도 세계가 인정하는 불후의 고전으로 남아 있습니다.
사마천은 그때 말했습니다.
“설사 내가 죽는다고 해도, 그건 아홉 마리 소에서 뽑은 한 가닥 털을 잃는 정도일 뿐이다. 세상은 그걸 벌레 한 마리 죽은 정도로 여길 것이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구우일모’처럼 하찮게 여겼지만, 그 사소한 생존의 선택이 훗날 얼마나 위대한 일을 이뤄냈는지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만약 그가 그때 죽음을 택했다면, 그 선택은 정말로 구우일모,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죽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살아남아 버틴 그는, 그 사소한 ‘한 가닥’이 전혀 사소하지 않음을 증명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나와 같은 삶은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우리 인생에도 때때로, 너무 힘든 순간이 찾아옵니다.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은 날, 다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날.
그럴 때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당신이 겪는 이 시련이 언젠가 세상에 빛을 전할 수 있다는 걸요.
잠깐의 위기 속에서 나를 포기해버리면, 정말로 그것은 ‘아홉 마리 소의 한 가닥 털’처럼 사라질지 몰라도, 살아남아 단 하나의 기록을 남긴다면, 그것은 오히려 아홉 마리 소를 이끄는 ‘진짜 힘’이 될 수 있습니다.
하찮게 여겨지는 나의 하루, 나의 선택, 나의 생명.
결코 구우일모처럼 흘려보내선 안 됩니다.
그 안에 담긴 가능성은, 지금 우리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